
동반 상승 마감한 코스피·코스닥
1년 가까이 불장을 지속하며 글로벌 주요국 주식시장 중 압도적 1위 수익률을 기록 중인 한국 증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국내외 금융기관이 내놓는 전망에 온도차가 감지된다.
일부 외국계 기관은 ‘전형적 버블’이라며 경고성을 내고 있다. 반면, 코스피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국내외 기관도 적지 않다.
22일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현재 5,781.20으로 지난해 연저점인 4월 9일(2,293) 이후 불과 11개월여만에 150% 넘게 급등해 ‘6천피’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에는 장 중 한때 6,347.41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관련 소식이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반영된 이달 3일 7.24% 급락한 데 이어 이튿날인 4일에는 역대 최대 낙폭인 12.06%를 기록했다.
특기할 지점은 사흘째인 5일에는 9.63% 급등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코스피는 이후에도 한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8% 이상 급락시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3거래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발동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보인 이런 모습을 ‘전형적 버블 사례'(textbook examples of a bubble)라고 진단했다.
12% 급락했다가 곧장 10% 급등하는 식의 지수 움직임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닷컴 버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였던 극도의 불안정성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BofA는 특정 자산의 수익률과 변동성, 모멘텀, 취약성 등을 바탕으로 거품 위험 수준을 평가하는 ‘버블 리스크 인디케이터'(bubble risk indicator)란 자체 지표를 갖고 있는데, 이에 비춰볼 때 코스피의 거품 위험은 극단적 수준이라고 이 기관은 전했다.
이른바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를 활용, 주요국 증시의 과열 수준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미국 투자분석 플랫폼 구루포커스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매우 고평가'(Significantly Overvalued) 된 상태라고 소개하고 있다.

각종 지표를 주시 중인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지수는 코스피가 5,000선을 처음 넘어선 올해 초 이미 180%에 이르렀고, 현재는 208.21% 수준이다.
통상 버핏 지수는 100%를 넘으면 고평가, 120% 이상을 과열로 판단한다.
그런 가운데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란 사태 발발 초기인 이달 5일 장중 81.99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피가 안정을 되찾고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한 현재도 50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이란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 측면이 크고, 한국 증시 자체는 오히려 저평가 상태라고 보는 전문가도 다수다.
실제 뉴욕증시의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올해 들어 4.95% 내려 과열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20일 장 마감 기준으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가 26.78까지 올랐다.
미국 CNN 방송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일주일 전보다 7포인트 급락한 15로 ‘극심한 공포'(extreme fear) 구간에 머물러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 직전 국내 증시가 ‘단기적 과열’ 상태였던 건 사실이나, 이후 ‘격렬한 조정’을 겪으면서 코스피에 끼었던 거품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말한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아직은 유효한 만큼 코스피 추세 상승이 멈췄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주장한다.
나정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위치한다”면서 “코스피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현재 12개월 선행 PER은 9.5배로 10년 평균(10.5배)을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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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뉴욕 증시를 짓눌러 온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우려나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 등 이슈와 관련해서도 실질적 파급력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마이클 하넷 Bofa 최고투자전략가가 투자자 노트를 통해 국제유가 급등과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 속에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의 가격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경고하는 등 곳곳에서 비관적 목소리가 나오지만,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유가 급등과 AI 거품 우려, 그리고 사모대출 시장 불안은 2008년을 상기시킨다. 블루아울, 블랙록, 모건스탠리, 클리프워터 등이 잇따른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 연구원은 “2008년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레버리지와 규모”라면서 “2008년 당시 CDO(부채담보부증권)라는 주택담보부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대출 자산을 30배 이상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사모대출은 펀드 자기자본 대비 대출자산 규모가 2배 이내”라고 짚었다.
2008년 위기의 진원지인 서브프라임 주택대출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3%에 이르렀으나, 현재 문제가 된 사모대출의 규모는 2조1천달러로 미국 GDP의 8% 수준이어서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유가와 금리가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사모대출 시장 불안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장질환보다는 시간을 갖고 고쳐야 하는 암과 같아 보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