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 중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에 대응해 에너지 해상 수송로 방어와 금융 지원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경제적 파단 차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남쪽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으로 불린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이 통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군사 보호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걸프 지역 에너지 운송 선박 등에 대해 미국 국제금융개발공사(DFC)를 통해 보험·보증을 합리적 가격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로의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력과 금융 수단을 동시에 동원해 에너지 공급로를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도 “잠시 동안 유가가 조금 높을 수는 있겠지만, 이 일이 끝나자마자 유가는 내려갈 것이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중동 긴장 고조로 확산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가는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2024년 대선 당시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高)물가’ 문제를 집중공략하면서 자신이 재집권하면 대대적인 신규 시추를 통해 유가를 내림으로써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고, 백악관 복귀후 지난 1년여 동안 그런 노력을 해오던 터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자신의 임기 후반부 국정에 중요한 변수인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오르는 상황은 극도로 피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에너지 수송과 관련해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혀 대이란 군사작전의 중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
실제로 이란의 보복 역량과 역내 친이란 대리 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 무력 충돌이 중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의 미군기지 등도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중동 전역이 확전 영향권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이 국제 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상승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는 (그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 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대응과 별개로 경제적 방어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공급망 안정과 국제 유가 흐름이 이번 사태의 장기화와 관련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부담이 확대되고 미국 내에서도 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군사적 대응 수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에너지 공급망이 비교적 안정될 경우 경제적 압박 요인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