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위법판결] 트럼프 핵심정책 기반 흔들…정치적 타격 불가피

2026-02-21(토) 02:02

[美관세 위법판결] 트럼프 핵심정책 기반 흔들…정치적 타격 불가피

 

“관세위법 끔찍한 일” 경고에도 트럼프 거스른 판결…대규모 환급금 부담

 

세계경제·안보 뒤흔든 ‘관세 지렛대’ 약화…국제정치 무대 입지도 좁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호관세(국가별관세)가 20일(현지시간) 사법부에 의해 법적 기반을 부정당하면서 국내외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하면서 숨돌릴 틈 없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제적인 비난과 아우성,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우려 속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였다.

 

관세가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대미(對美)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미국의 제조업이 부흥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는 그의 정치적 구호이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지난해 호황을 구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 보라’는 듯 관세 정책이 효과를 낸 덕분이라고 틈 날 때마다 강조했다.

 

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선 여러차례 패소 땐 “끔찍한 일이 될 것”, “그 자체로 국가안보에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공포 마케팅’을 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이날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의회의 승인 없이 속전속결로 쐐기를 박은 상호관세가 대법원 판결로 절차적 정당성을 잃고 법적 토대가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무역법 301조 등 다른 법률을 통해 우회로를 찾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불법이민 근절과 함께 맨 앞에 내세웠던 ‘1호 공약’의 중요한 일부가 좌초된 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뼈아프다.

 

물론 이번 대법원 판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는 유효하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고 여겨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비치는 그의 ‘무대뽀’ 이미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선 상호관세의 효과와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둘째치고, 일방적이면서 일관성마저 결여된 관세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중국을 상대로 벌인 ‘관세전쟁’에선 상황에 따른 유예·번복을 거듭했고, 각국을 상대로 고무줄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면, 수입 생필품 가격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일부 품목은 관세를 내리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대법원의 판결이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반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도 실망감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던 정책 구상도 스텝이 꼬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관세 수입을 재원 삼아 대규모 세액공제, 트럼프 계좌 개설 등으로 나눠주는 ‘배분’ 정책을 통해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상호관세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은 오히려 행정부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대규모 환급 소송을 불러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코스트코를 비롯한 미국 여러 기업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추가 소송까지 고려하면 행정부가 직면할 환급 요구액은 약 220조원~25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실제 환급 가능성을 놓고는 관측이 엇갈리지만, 당장 자신의 배분 정책에 관세 수입으로 생긴 재원을 사용하는 것은 어려워진 셈이다.

 

결국 관세 수입액 분배와 금리 인하를 통해 유권자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한 ‘생활비 부담’ 이슈를 정면 돌파함으로써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그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입지도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상호관세의 법적 토대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이를 강행할 명분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월말 또는 4월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해 담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과의 기나긴 무역전쟁에서 그는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이 자국 사법부에 의해 부인당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안보 의제를 놓고 벌인 외교 담판 때 사용한 ‘관세 지렛대’의 약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상호관세 인하와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주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전략 역시 세부 진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3천500억달러의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행이 더디다는 이유로 이들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다만, 뚜렷한 근거 없이 상호관세를 관철한 배경이 된 미국의 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은 건재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국제적 파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23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