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극심한 양극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소수의 주요 코인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대다수 알트코인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장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도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비율은 지난달 중순 78%에서 최근 55% 수준으로 급락했다. 절반 가까운 코인이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한 대형 리서치 기관 애널리스트는 “자본은 유동성이 높고 명확한 스토리, 강한 확신이 있는 자산을 선호한다”며 “현재와 같은 거시경제 환경에서는 시장의 분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ETF와 기업 재무를 통한 기관 자금의 유입이 배경으로 꼽힌다.
AI, 실물자산(RWA), 탈중앙화거래소(DEX) 등 한때 주목받던 섹터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알트코인들이 급격히 뒤처지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유통량이 적고 실질적 활용 사례가 불분명한 토큰에 대해 시장이 더는 인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침체 속에서도 BNB는 홀로 질주 중이다. 10월 초 BNB는 리플(XRP)과 테더(USDT)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섰다. 최근 1주일 사이 약 30% 급등하며 1,30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이 5%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BNB의 강세는 실질적인 생태계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 BNB 체인의 총예치가치(TVL)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월간 활성 사용자는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가스비 절감,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등 인프라 개선이 디파이(DeFi) 이용자 유입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또한 BNB 체인은 ‘AI 우선 블록체인’을 내세우며 AI 에이전트, 게임,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등 6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소 토큰을 넘어 실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 관계자는 “이제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이야기보다 실제 가치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있다”며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관 자금이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틈새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인 주도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프라이버시 코인인 지캐시(ZCash)는 최근 2주 동안 140% 급등하며 130달러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가 대비 9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침체가 알트코인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일정 구간에서 횡보할 경우, 일부 알트코인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랠리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며, 단순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실질적 유틸리티와 가치 창출을 입증한 프로젝트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이야기’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