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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 속 상반기 수출 ‘선방’…대미협상 불확실성은 지속
상반기 반도체·하이브리드차 수출 견인…상호관세 시행 전 ‘밀어내기 수출’ 해석도
하반기 전망도 ‘흐림’…한미 관세협상·IT 수요·유가 등 변수 많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폭탄’에도 상반기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도체 실적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미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도 하이브리드차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감소 폭을 줄였다.
여기에 오는 7월 8일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 현지 기업들이 수입을 서두르면서 한국의 상반기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미 관세 협상 결과와 IT 수요, 유가 등의 변수가 하반기 수출 환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상반기 수출 0.03% 감소 선방…반도체 ‘상반기 역대 최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03% 감소한 3천347억달러로 집계됐다. 사실상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역대 상반기 수출액 실적 중 2022년·2024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상반기 수입액은 1.6% 감소한 3천69억달러로 나타났다.
무역수지는 작년 같은 기간(230억달러 흑자)보다 48억달러 증가한 27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상반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품에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 관세가 시행됐고, 지난 4월부터는 기본관세 10%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상반기 수출은 기존 예상보다는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배경에는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낸 반도체가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732억7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2023년 4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으로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올해 들어 주요 메모리 제품의 고정 가격도 순차적으로 반등해 반도체 수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반도체와 함께 양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미국의 25% 품목 관세의 직접적인 타격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25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53억4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6.8% 감소했다.
지난 4월 3일부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됐다.
현대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미국 내 시장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를 쓰는 등 선전 중이다.
그렇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이 만든 ‘메이드 인 USA’ 자동차가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수출 통계상으로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밖에 무선통신, 컴퓨터 등 IT품목과 선박·바이오헬스도 상반기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 ‘관세폭탄’ 영향…대미·대중 수출 동반 감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 장벽을 높이 치면서 상반기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수입은 모두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은 621억8천만 달러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하면서 미 관세 조치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미 수출 양대 품목인 자동차(-16.8%)와 일반기계(-16.9%) 수출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미 수출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품목 관세를 부과받는 자동차·철강의 마이너스 폭이 특히 크다”며 “대미 무역수지도 흑자 폭이 줄고 있다. 수치로 나타난 것 이상으로 현장에서는 미 관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미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대중 수출은 604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뒷걸음질 쳤다.
대중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9.6%)와 일반기계(-4.8%), 디스플레이 (-5.7%)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감소율은 1분기(-6.8%) 대비 2분기(-2.6%)에 축소되는 흐름이다.
서가람 무역정책관은 대중 수출 감소와 관련, “중국의 내수 부진, 반도체 등 품목을 스스로 생산해서 대체하는 경향 등으로 대중국 수출은 중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며 “또 미 관세 영향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 물량이 둔화하면서 우리의 대중국 부품 수출도 줄어드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7월 상호관세 시행 전 실적 선반영?…하반기 전망도 ‘흐림’
이번 상반기 수출 실적은 오는 7월 8일 미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미국 현지 수입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수출이 늘어난 것을 두고 품목·상호관세 시행 전 ‘밀어내기식’ 수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선수요가 조금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수요가 워낙 견조하고, 단가도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도체 수출은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오는 7월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미국 내에서 수입을 많이 늘리는 추세가 상반기 수출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과 자동차에 대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도 대미 수출 감소 폭이 예상보다 덜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향후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하반기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가람 무역정책관은 브리핑에서 대미 관세 협상, IT 수요, 유가 등을 하반기 수출 변수로 꼽으면서 “전반적으로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동차나 철강 외 품목들도 계약을 미루는 등의 곤란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어서 관세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