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유예 D-9…물류대란 시달리는 유럽 허브항들

2025-06-30(월) 05:06

트럼프 관세유예 D-9…물류대란 시달리는 유럽 허브항들

 

관세전쟁 여파 글로벌 물류 혼란·라인강 수위 저하 등 악재 겹쳐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기간 종료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 주요 항구들이 물류 대란에 신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 여파로 시계태엽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던 글로벌 물류망이 혼란에 빠진데다, 가뭄으로 유럽 내륙 수운의 대동맥인 라인강의 수위가 떨어지는 악재까지 덮치면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테르담과 앤트워프, 함부르크 등 유럽 물류 허브항(港)들에서는 해외에서 대형선으로 운송된 화물을 바지선으로 환적하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독일 물류업체 콘타르고(Contargo)는 화물을 실으려는 바지선들이 앤트워프에서는 평균 66시간, 로테르담에선 평균 77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평상시라면 화물 터미널이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미리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서 바지선에 컨테이너를 옮겨 싣지만, 현재는 그런 식으로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물류업체 유로레인(Euro-Rijn)의 알버르트 판 오먼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허브항의 물류 적체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를 받으려 바지선을 대도 정시에 싣지 못한다. (컨테이너를 실은) 외항선이 (하역) 시간을 못 맞추기 때문”이라면서 유럽 제2의 컨테이너 물동항인 앤트워프에선 현재 3일에서 5일까지도 하역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제특송기업 DHL 고위 임원인 캐스퍼 엘러베크는 아직 부품을 제때 못받아 공장 가동이 멈추는 결과로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지만, 그런 ‘극적’인 일이 벌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물류 적체의 주된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모든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국들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꼽힌다. 글로벌 물류 흐름이 급격히 바뀌면서 해운사들은 운송망을 대거 개편했고, 결과적으로 과거처럼 정확히 일정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봄 가뭄이 심화한 결과 유럽 내륙 물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라인강의 수위가 이례적으로 내려간 것도 문제다.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좌초 위험 때문에 바지선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이 크게 제한된다.

 

이밖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들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그룹 간에 체결됐던 협력 협약이 종료되면서 글로벌 해운 동맹 구도가 재편 중인 상황,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유럽 판로 개척에 나선 아시아 제품 수입이 급증한 것도 물류 적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엘러베크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오는 컨테이너의 숫자가 전년대비 7%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유럽 화물 터미널 운영사들은 직원 수를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지에선 수개월 이상 물류 적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네덜란드 해운사 WEC 라인즈의 카사르 라위케나르 전무이사는 “이건 쉽게 사라질 뭔가가 아니다”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화물처리용량을 키우려면 최소 몇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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