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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법에 또 거칠어지는 머스크…낙선 협박에 창당 거론
“법안 통과시킬 거면 목 매달라…나 없이 경선 안될 것” 협박
“미국은 ‘단일정당’ 국가…법안 통과시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 창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이 다시 거칠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중점 법안을 향해 연일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법안에 관여한 의원들에게도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머스크는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선거 기간엔 정부 지출을 줄이라고 말해놓고 이제 갑자기 사상 최대폭의 재정 적자 증가에 찬성하는 모든 의원은 부끄러움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머스크는 “그 모두는 내년 경선에서 패배할 것이다. 내가 살아 생전 그들을 도울 생각이 없다면”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 일부는 직접 거명했다.
머스크는 공화당 강경보수파 모임인 하원 프리덤코커스의 앤디 해리스(메릴랜드), 칩 로이(텍사스) 의원을 향해 “역사상 재정적자를 가장 크게 늘려 ‘빚의 노예’로 만드는 법안에 찬성한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프리덤코커스로 부르겠는가”라고 따졌다.
머스크는 작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하며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선후보와 기타 공화당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지원에 2억7천500만 달러(약 3천700억원)를 지출했다.
머스크는 앞서 5월 인터뷰에서 “할 만큼 했다”며 정치 후원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후보를 강력하게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다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머스크는 신당 창당론으로 그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엑스 게시글에서 “법안대로 정신 나간 듯이 지출을 늘렸다가는 분명히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돼지 같은 거대 단일정당’ 국가의 재정 적자가 역대급, 5조 달러(약 7천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 나간 지출법안이 통과하면 그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이 창당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당 단일정당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6월 초에도 이 법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언쟁을 벌일 때도 중도층을 위한 신당 창당론을 꺼내든 바 있다.
당시 엑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창당 관련 설문에서는 “80%의 중도층을 실제로 대변하는 미국의 신당을 창당할 시점인가”라는 문항에 563만 명이 응답했고, 그 가운데 80.4%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엑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접속 가능하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응답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이 결과를 실제 미국 내 여론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머스크가 비난하는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포괄적으로 담은 법안으로, 명칭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다.
현재 법안대로면 2025∼2034년에 미국의 재정 적자가 3조3천억달러(약 4천500조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추산했다. 하원을 통과 버전보다 예상 적자 규모가 1조 달러 정도 증가했다.
특히 법안에는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풍력·태양광 에너지 발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사업 영역과 직결된 분야다.
머스크는 지난달 초 이 법안을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인 데 이어 최근에도 법안에 대해 “완전히 미쳤고 파괴적이다”, “정치적 자살” 등의 극언으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