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에크 “비트코인으로 세운 재무 전략, 자본 잠식 위기 초래한다" 경고

2025-06-25(수) 09:06
비트코인(BTC)

▲ 비트코인(BTC)

비트코인(Bitcoin, BTC)을 재무 전략에 포함시키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른바 ‘비트코인 중심 기업’들이 자산가치 상승과 투자 유치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반면, 자본 잠식이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시장 과열 시 무리한 주식 발행과 부채 확장이 동반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오히려 기업 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6월 24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도입한 글로벌 상장사는 2025년 중반 기준 220개 이상으로,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59만 2,100개(약 600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략적 초기 투자자로 꼽히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Strategy)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며 주가가 10배 가까이 상승했고, 이를 따라 유사한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는 비트코인 중심 기업의 지나친 비중 확대가 ‘자본 잠식(capital eros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에크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고평가된 주가를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전략은 시장 신뢰가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며,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수준으로 하락하면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기업의 본질 가치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 의료기술기업 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의 사례에서 현실화됐다. 셈러는 비트코인 매입 후 한때 주가가 급등했지만, 2025년 중반에는 오히려 주가가 45% 넘게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을 겪었다. 이는 자산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장 신뢰 부족과 과도한 비트코인 편중 전략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팻 테일(fat tail)’ 분포 특성에 주목한다. 극단적 가격 급락이 예외가 아닌 통계적 확률이라는 점에서 기업이 장부상 자산으로 비트코인을 과도하게 편입할 경우 블록체인 시스템 전반의 위험(거래소 리스크, 스마트 계약 청산 등)에도 연쇄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GBTC(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40% 이상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된 채 거래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에크는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가가 NAV 대비 95% 이하로 10일간 지속될 경우 신규 주식 발행을 중단하고, 필요 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해 주가를 방어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비트코인 전략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경우에는 구조조정이나 전략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경영진 보상 체계를 주식당 가치와 연동해 과도한 비트코인 확장을 억제하고,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면책 조항: 이 기사는 투자 참고용으로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해당 내용은 정보 제공의 목적으로만 해석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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